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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회후기]260회 하이파이클럽 시청회 후기

작성일 2019-02-18 18:4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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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2R 래더 DAC의 르네상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디지털 역사에 커다란 전환점들을 맞이하게 됩니다. 하이엔드 디지털 소스기기 분야는 델타시그마 칩셋이 대거 보급되면서 많은 진화를 겪게 되었죠. 손쉽게 24비트 PCM 및 DSD 음원에 대응하게 됩니다. 현재 ESS 사브레 칩셋과 AKM 레퍼런스 칩셋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수년간 기존엔 상상할 수 없었던 매우 높은 스펙을 완성했습니다. 대응 포맷과 샘플링 레이트는 물론이며 SN비에 있어서도 이제 더 이상의 스펙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진보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량생산 대량 소비 칩셋은 금세 포화상태를 이루며 디지털 기기들을 평준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젠 중국에서 생산된 중, 저가 DAC에서도 ESS 사브레 레퍼런스 칩셋을 사용한 DAC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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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스펙 지상주의에서 벗어나려 하이엔드 디지털 메이커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각 회사마다 고유의 음악성과 견고한 설계철학을 가진 메이커들은 더욱 작금의 이런 상황을 타파하고 싶었을 겁니다. 오디오파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고해상도, 높은 SN비를 통해 정교하고 짜릿한 쾌감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과거 메리디안이나 dCS의 초중반기 모델에서 들었던 미묘한 음악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시장에서는 R2R 래더 DAC로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본래 델타 시그마 이전에 존재했지만 델타 시그마의 높은 시장성과 수율 등을 이기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듯 했죠. 하지만 현재 시장 상황 그리고 오디오파일의 요구에 R2R 래더 DAC은 정확히 화답하는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MSB 프리미어 & 디스크리트

 

R2R 래더 DAC는 숨어있던 디지털 메이커 또는 얼마 안 된 신생 메이커까지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게 만들었습니다. 별로 조명받지 못하던 군소 메이커들이 R2R 래더 DAC의 뜬금없는 인기에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한편 원래부터 델타 시그마 칩셋의 인기와 관계없이 R2R 래더 DAC를 사용해 최고 수준의 음질을 구현해냈던 디지털 메이커도 존재합니다. 신흥 메이커로는 토탈DAC 나 Schitt 오디오, Holo 오디오, 데나프립스 등 다양합니다. 신흥 명문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전통적으로 오랫동안 R2R DAC의 왕좌로 군림하고 있는 dCS와 MSB를 잊으면 안 됩니다. 이번 시청회는 그 중 MSB 테크놀로지의 신형 DAC 두 종, 디스크리트 및 프리미어 DAC를 들어보는 시간으로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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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리트와 프리미어 DAC는 모두 최상위 셀렉트(Select) DAC의 출현에 의한 트리클 다운입니다. 셀렉트는 R2R 래더 DAC의 음악적 코히런스는 물론이며 스펙 한계까지 무너뜨리며 하이엔드 디지털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한 기념비적 결과물입니다. 총 8개의 디스크리트 래더 DAC 모듈을 결합해 PCM과 DSD에 완벽하게 대응했으며 모듈식 디자인으로 이더넷, 클럭 등을 지원합니다. 이후 셀렉트의 DNA를 이어받은 레퍼런스 DAC가 출시되면서 이제 MSB는 전체 라인업을 셀렉트의 염색체에 급격히 물들여갑니다. 이전의 다이아몬드 DAC 등을 단종시킨 이유입니다. 그리고 결국은 레퍼런스 DAC의 설계 기조를 이어받은 두 종의 DAC를 출시하게 됩니다. 결국 이 두 DAC는 기존 The Analog DAC까지 밀어내게 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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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MSB 레퍼런스 DAC는 더 앱솔루트 사운드 비평지에서 최고 수준의 성능을 인정받으며 최종 투표에서 올해의 기기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평론가 조나단 벌린은 아날로그 관련 전문가지만 레퍼런스 DAC와 트랜스포트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직접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프리미어와 디스크리트 DAC는 바로 레퍼런스 DAC의 하위 기기로 가격은 낮추되 레퍼런스 DAC의 성능을 계승하고 있는 모델입니다. 이를 위해 MSB 는 하이브리드 DAC 모듈을 잇는 새로운 R2R 래더 DAC 모듈 프라임 DAC를 개발했습니다. 이를 활용해 상급기 프리미어 DAC는 총 네 개의 프라임 DAC를, 디스크리트 DAC에는 두 개의 프라임 DAC를 탑재해 설계했습니다. 한편 프리미어 DAC에는 풀 사이즈 외장 전원부가 기본으로 제공되며 디스크리트 DAC의 경우 하프 사이즈 전원부가 기본이고 하나를 더 추가해 듀얼 외장 전원부로 구성도 가능합니다. 매우 합리적인 옵션 사항은 MSB의 철학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비교 테스트가 돋보인 리스닝 세션

 

이번 시청회는 MSB 테크놀로지의 국내 공식 수입처인 GLV에서 진행했습니다. 스피커는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의 금자탑 YG 어쿠스틱스의 신형 스피커 헤일리 2.2를 중심으로 셋업했습니다. 프리앰프는 오디오 리서치의 레퍼런스 10 하이브리드 진공관 프리앰프 그리고 파워앰프는 댄 다고스티노의 프로그레션 모노 블럭 파워앰프를 대동했습니다. 한편 DAC 앞단에는 ROON 의 뉴클리어스(Nucleus)를 코어로 활용했고 각 DAC에 MSB 렌더러 모듈을 장착해 재생했습니다. 아무튼 단지 홍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절대 손을 떼지 않는 GLV 대표님의 정성스러운 세팅 덕분에 MSB DAC 두 종의 성능을 파악하는데 수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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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디스크리트 DAC

 

 

Diana Krall - Case of you

Live in Paris

 

우선 1부에선 디스크리트 DAC의 퍼포먼스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선 다이애나 크롤의 ‘Case of you’를 들어보면 또렷한 포커싱이 보컬의 위치를 환하게 밝혀줍니다. 공간의 습기를 제거한 듯 청명한 공기를 마시듯 명쾌한 기음 덕분에 피아노의 또렷한 타건은 물론 다이애나의 발음, 악센트까지도 매우 정확히 표현해줍니다. 때로 거친 호흡까지도 그 세기가 리얼하게 구분                                         되어 현장감을 극도로 높여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Teshima Aoi - The Rose

The Rose ~I Love Cinemas~

 

다음은 싱글 전원부일 때와 듀얼 전원부일 때 성능 차이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개 수입사 주관 시청회의 경우 이런 비교는 꺼리는 경우가 많지만 GLV에선 예외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테시마 아오이의 ‘The Rose’를 들어보면 싱글과 듀얼 전원부의 차이가 뚜렷이 드러납니다. 싱글 전원일 경우도 물론 훌륭하지만, 전원부를 하나 더 추가할 경우 다이내믹 컨트라스트가 더 뚜렷하고 보컬의 음상이 더 입체적으로 구현됩니다. 특히 사운드 스테이징의 깊이 등 심도, 스케일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Fink - Trouble's What You're In

Wheels Turn Beneath My Feet

 

MSB가 R2R 래더 DAC으로 구현한 소리는 단지 보편적인 R2R에서 기대하는 포근하고 물리적 촉감이 좋은 소리를 넘어섭니다. 대개 R2R DAC이 좁은 사운드스테이징과 낮은 해상력을 보이기도 하지만 MSB는 매우 견고한 건축물 같은 강건하고 치밀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특히 클럭 모듈 같은 경우 Select 등 상위 모델에 적용되는 것의 1/4수준으로 기기의 성능을 드라마틱하게 높여주죠. 예를 들어 핑크의 ‘Trouble’s what you’re in’을 실황 녹음으로 들어보면 과거 셀렉트 DAC로 시연할 때의 감동이 다시 되살아납니다. 가공할만한 펀치력과 깊은 저역 그리고 퍼지지 않고 응집력 있게 다잡은 저역 해상력이 굉장합니다. 특히 엄청난 다이내믹레인지와 현존 최고 수준의 SN비를 자랑하는 Select를 처음 접했을 때의 감동은 하위 모델에도 거의 그대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2부 - 프리미어 DAC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디스크리트 DAC의 상급 모델로 출시된 프리미어 DAC의 성능을 검증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GLV 대표님의 인사와 함께 프리미어 DAC의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전문 인스톨 및 셋업 관련 스페셜리스트답게 기기의 전체적인 설계 패턴 및 세팅 메뉴 등 다양한 부분에 걸쳐 설명을 해주어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디스플레이 세팅 및 출력의 Low/High 설정 등 겉에선 드러나지 않는 편의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는 모델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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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 DAC가 디스크리트 DAC와 가장 구별되는 점은 일단 DAC 칩셋이 네 발로 디스크리트 DAC가 두 발인 것과 비교해 두 배입니다. 모두 풀 밸런스 타입 설계지만 아무래도, 좌/우 신호의 +/- 신호를 각 DAC 모듈이 별도로 담당하는 것이 음질적으로 유리합니다. 더불어 디스크리트 DAC에 비해 훨씬 크게 설계해 본체와 동일한 사이즈로 설계한 풀 사이즈 전원부가 탑재된 점도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이 외에 옵션 모듈 사항이나 아름다운 CNC 가공 알루미늄 섀시 등은 대동소이합니다. 

 

 

장사익 - 나그네

허허바다

 

일단 장사익의 ‘나그네’를 들어보면 디스크리트 DAC보다 좀 더 커다란 스케일과 기개 넘치는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드넓은 사운드스테이징 위에서 보컬과 장구가 여유로운 춤사위를 보입니다. 기음과 배음이 황금비율로 연출되면서 사실감 넘치게 재현됩니다. 현악 특유의 착색이 꽤 많은 녹음인데 그런 녹음의 특징까지도 정확히 집어냅니다. 

 

 

Trijntje Oosterhuis - Human Nature

Never Can Say Goodbye

 

이어서 시청한 ‘Human Nature’에서는 디지털 소스기기가 만들어낼 수 있는 다이내맥스 특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대개 트랜지언트 능력이나 순간적인 어택, 다이내믹스 컨트라스트는 앰프가 만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입니다. 앰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이미 소스기기에서 증폭해낸 신호 이상의 사운드를 절대 앰프에서 창조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기타는 마치 파도처럼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핑거링은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했습니다. 징그러울 정도의 해상도로 리스닝 룸을 완벽히 장악해버리면서 녹다운시켜버립니다. 

 

 

Oscar Peterson Trio - You look too good to me

We Get Request

 

만일 섬에 갇히게 된다면 가지고 가고 싶은 단 한 장의 앨범을 선택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것을 선택할건가요? 이런 물음에 평론가들이 공통적으로 대답하는 앨범. 바로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We get request]입니다. 그릭 그 중 ‘You look too good to me’는 음악 애호가나 오디오파일에게도 레퍼런스 레코딩이죠. 이 레코딩의 포인트는 좌측 채널의 트라이앵글 사운드와 후방의 피아노 음정 및 해상도 그리고 우측 더블 베이스의 깊이와 해상력입니다. 프리미어 DAC에서 트라이앵글은 마치 섬광처럼 촘촘히 반짝입니다. 우측에선 레이 브라운의 더블 베이스가 전에 없이 육중한 힘을 머금고 탄력적으로 움직입니다. 역동적인 움직임도 훌륭하지만 브러시 사운드에서 브러시의 갈기가 하나하나 느껴질 정도로 높은 분해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MSB 테크놀로지는 제품 개발 막바지 작업에서 약 열 명의 패널, 즉 오디오파일을 선정해 함께 사운드를 점검한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고집 센 대표 한 명이 소리에 대한 모든 부분을 관장하지만, 엔지니어링과 최종 사운드는 다릅니다. 아무리 뛰어난 과학적 이론과 설계도 좋은 소리와 정비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첨단 테크놀로지 그룹인 MSB지만 오랜 경험을 통해 이를 뼈저리게 느끼고 여러 패널들을 통해 사운드에 대한 의견을 접수하고 논의를 거쳐 제품의 사운드, 설계를 보완한다고 합니다. GLV 대표의 부가 설명도 이를 뒷받침해주었습니다. 과거 야마하 본사 탐방시 원음에 대한 물음에 대해 담론을 펼쳤지만 결국 원음이란 뭐라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죠. 요컨대 현장의 악기 소리와 재생음은 별개입니다. 결국 개인의 취향, 튜닝 기준 등 여러 레퍼런스가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Gustav Mahler: Symphony No. 6

 

마지막으로 말러 교향곡 6번 1악장을 들어보면서 공식적인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조나단 달링턴 지휘, 뒤스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이 연주에서 또 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다름 아닌 DAC와 파워의 직결과 DAC와 파워 사이에 프리앰프를 편입한 시스템의 음질적 차이에 대한 고찰을 위해서입니다. 이번 MSB 프리미어 DAC의 경우 빼어난 프리앰프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팅에서는 프리앰프를 넣은 경우가 더 깊은 심도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엔벨로프 특성 등에서 프리앰프의 존재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프리미어 DAC만으로도 DAC 내장 프리단의 보편적 성능은 훌쩍 뛰어넘었고 튜닝 능력에 따라서는 대단히 매력적인 직결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만드는 사운드를 들려주었습니다.

 

 



MSB 디지털에 경배를

 

최고의 음질과 음악성을 양립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디지털 소스기기에서 최근 그 대안으로 떠오른 방식이 R2R 래더 DAC입니다. 물론 그 이면엔 무엇인가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업계의 상업적 접근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저렴한 R2R 래더 DAC가 난데없이 성행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MSB 테크놀로지는 방황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R2R 방식이 정답이라는 믿음 하에 꾸준히 R2R 래더 DAC을 통해 디지털 사운드의 극단을 추구하면서 일관적으로 시대에 비타협적인 자세를 일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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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상황은 MSB를 단숨에 하이엔드 디지털 사운드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의도한 바도 전략적으로 만들어낸 상황도 아닙니다. 그저 디지털 사운드가 나아가야 할 사운드의 진실을 그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간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역사의 수레바퀴가 돌고 돌면서 그들의 시대가 온 것이죠. 디스크리트와 프리미어 DAC의 비교 시연도 즐거웠지만 결국 이번 시연회가 유익했던 것은 두 기종의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MSB의 일관된 사운드 철학에 대한 재조명 때문입니다. 이런 영민한 라인업 구조를 짜내면서도 제품 퀄리티를 정확하게 보존할 수 있는지 경배를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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